미국 오고 몇 주 동안은 호텔, 집, 휴대폰, 인터넷, 가스, 전기, 가구, 가전제품, 은행계좌, 아이 학교, 의료 보험, 운전 면허, 생필품 등등 할 일들이 정말 말 그대로 태산 같아서 잠은 부족하고 의욕은 감퇴하는데, 회사는 회사대로 새로 적응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고...
차 사는 것도 해야할 일이지만 그나마 회사 출퇴근을 버스로 하니 차를 주말에만 빌리면 되는 상황이어서 다행이었네요. 가족들이 차가 없어서 평일에 불편하기는 했지만요. 엔터프라이즈에서 렌트카를 빌리면 주말에는 하루에 9.99불이어서 토/일 빌리면 보험료(사실 보험료가 총 비용의 대부분) 포함 104불에 빌릴 수가 있네요. 거기에 기름값 5불 더하면 110불.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새차사서 10년탄다고 생각하고 계산해보면 큰 손실은 아닙니다.
각종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렌트카로 때우면서 차 사는 것을 차일 피일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평생 렌트카만 타고 다닐수는 없고 평일에 급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다른 힘든 일들이 대충 정리가 되었으니 서부로 전근간 동료들의 탁월한 정보력에 도움을 받아 차를 사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차 모델을 정해야 겠죠. 동료들이 만들어준 간단한 선택법을 이용해보니 승차감의 캠리와 핸들링의 어코드중, 저는 승차감의 캠리가 선택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탔던 아반떼, 소나타의 트렁크가 은근 불편했던 일이 많아서 세단은 마음이 잘 안가더군요.
그래서 cross-over SUV를 살펴보니 도요타의 RAV4와 혼다의 CR-V가 좀 인기 품목인듯 하네요. 출퇴근길에 동네 이웃의 차들을 곁눈질로 구경해 봅니다. 렉서스의 RX350인가가 예쁘고 튼튼해 보이기는 한데 가격이 좀 만만치 않군요. Edmunds.com에서 RAV4와 CR-V의 리뷰를 보고 한글 블로그 글도 좀 찾아보고... 그게 그거 같아서 처음부터 조금 더 끌렸던 CR-V로 정했습니다. Trim은 고민하다 차를 두 대 사게될지도 모르니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가장 낮은 Trim인 LX로 정하고, 마지막으로 색상을 정합니다.
모델과 트림을 정해서 올리면 딜러들이 가격을 올리고, 그중 선택해서 협상 구매하는 사이트인 carwoo.com에 올리면 며칠만에 차를 살수 있다는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를 믿고 1주일안에 차를 사겠다는 생각으로 선택사항을 올렸습니다. 서부는 모델 올리면 24시간 안에 몇개씩 올라온다는데 저는 딸랑 한 개 들어오고 끝이군요. 그나마 제가 원했던 2륜 구동은 없고 4륜 구동으로 offer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4wd로 바꾸니 오퍼가 두 개 더 들어왔네요. 그리고는 끝. 뉴저지/뉴욕은 carwoo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은가 봅니다.
그래도 truecar.com과 kbb.com에서 보니 들어온 오퍼가 나쁜 가격은 아니었네요. 좀 더 기다려 보다가 오퍼 한개는 expire되고, counter offer 두어번 날려보고... 제 카운터 오퍼를 받아들인 곳이 있어서 좋아했는데, 더 높은 가격인 곳과 제 주머니에서 나가는 총 비용(OTD: Out the door price)은 다를게 없네요. 이유는 Document processing fee가 199불이나 붙어있어요. 이걸 받아먹는 딜러가 있군요. 우리나라 채권 할인률로 장난치는 영맨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거 빼달라고 졸라보다가 안되서 이쪽 저쪽 맞불 놓아보다 겨우 50불 깎아서 샀습니다. 그래도 전화로 협상해 본 느낌으로는 최저 가격에 근접한 느낌이었으니 바가지 쓴건 아닌듯 하여 맘편히 살 수 있었죠.
결국 미국온지 6주만에 차를 샀네요. 새 차 사서 돌아다니니 기분이 넘넘 좋군요. 냄새나는 렌트카 타지 않아도 되구요. 주말마다 나가던 렌트카 비용에 의무감 반으로 주말에 빡세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주말에 푹 쉴 수 있게 되었어요. ㅎㅎ 차를 샀으니 이제 쉴 수 있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ㅎㅎㅎ
* 종이로 만들어주는 임시번호판을 뒷 창문에 붙이고 다니다, 일주일쯤 지나면 번호판과 title등 가져가라고 연락이 옵니다. 가서 교체해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