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우드-맨하탄 출퇴근 버스

Posted 2012. 6. 5. 10:51 by Earl7e

올 초에 맨하탄과 리지우드의 출퇴근 교통 이라는 글을 포스팅한 이후로 163T를 타고 출퇴근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회사까지 총 1:15~1:30정도 걸려서 그럭저럭 다닐만했다. 그런데 4월 언제인가부터 뉴욕으로 들어가는 링컨 터널이 무지하기 막히는 날이 종종 있었고, 막히는 날에는 아침에 회사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아침 버스는 잠을 더 자면 되니까 그래도 참을만한데, 퇴근 버스가 문제였다. 링컨 터널이 막히면 Port Authority Bus Terminal에서 출발할 차가 들어오지를 못하는 듯. 그래서 걸핏하면 제 시간에 출발하지를 않았다. 보통은 버스가 오면 입석이라도 이용할 수가 있는데, 지연되면서 대기하는 줄이 길어지면 입석 기회도 놓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터미널에서 20~40분을 더 기다려서버스를 타면 기분이 정말 우울. (162와 163T가 노선은 비슷한데 162가 종점이 더 짧은 듯 하다. 길이 많이 막혀 버스 회차가 안되면 163T 배차를 줄이고 162에 배차하는 것 아닐까 추측해본다.) 막히면 미리 알아보고 기차로 퇴근하고 싶은데 딱히 알아볼 웹사이트 같은 것도 없는듯하다. 

새벽 같이 나갔다가 5시에 퇴근해보기도 했는데, 확실히 출근은 좋아지지만 퇴근은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글렌락에 내려서 30분 넘게 걸어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았다. 기차는 버스보다 이용료가 다소 비싼 편인데, 운행 시간은 꽤 정확하고, 승차감도 훨씬 좋다 (버스는 흔들려서 머리가 지끈 지끈). 기차의 문제는 집에서 역까지 40분은 걸어야한다는 것. 아니면 차를 한 대 더 사서 기차역까지 가야한다. 어차피 차로 간다면 리지우드/글렌락 보다 남쪽에 있는 Radburn이 Express 노선도 있고 버스와 비교해서 가격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문제는 주차. 사용 중단해도 환불되지 않는 연간 주차권을 구입해야하고 아침 7시면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고... 차도 한 대 밖에 없으니 시도해보기도 용이치가 않다.

이러저리 궁리하던 중에 구글 지도에서 대중 교통으로 검색을 해보니 글렌락/페어론 쪽의 164번을 탈 수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 초에 검색해 볼 때는 분명 이 경로의 정류장이 훨씬 남쪽이어서 포기했건만... 아마도 지난 달 정도에 데이터가 업데이트 된 듯). 163T는 해큰색까지 여러번 정차하는 반면 164는 내가 탄 후로 몇번 정차하고 나면 고속도로로 주행한다. 배차가 더 자주 있는 것도 큰 장점. 단점은 164번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약 5분 더 걸린다는것. 그런데 자세히 보니 공원을 가로 질러 샛길로 나갈 수 있게 생겼다. 막상 걸어보니 3분 정도 더 걸리는 수준인 듯. 가격은 불행히도 편도 1달러가 더 비싸졌다 (버스 요금은 zone으로 계산되는데 163T는 아슬아슬하게 zone 4 끝자락이어서 5.5불, 164는 zone 5이어서 6.5불). 월정기권이나 10개짜리 묶음을 사면 가격 차이는 1달러 보다는 작아지기는 하다.

별 것 아닌듯한 버스 노선 이야기를 정말 무지하게도 장황하게 썼는데... 164번을 이틀 타본 소감은 정말 눈물나게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뉴저지 온 이래 최대의 쾌거인듯 ㅋㅋㅋ. 아직 이틀 밖에 안 되었지만 어째든 평균 소요 시간 1:10. 출퇴근 시 대기 시간도 짧아지니 시간 맞춰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었고, 버스 탑승 시간은 10분 정도 줄어들고 걷는 시간은 늘어난 것도 마음에 든다.

아 그리고 163T를 타면 사람들 다 내리고 3-5명 남아서 한참 오다가 딸랑 내리면 시골 마을에 사는 느낌인데, 164는 나보다 더 시골에 사는 승객분들이 내 뒤로도 수두룩하다 ㅋㅋ. 

사진은 안개낀 아침 출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