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적어놓았던 글인데, 언젠가 적당히 잘 쪼개서 포스팅할 계획이었으나 그냥 귀찮아서 한꺼번에....
미국에서 처음 구매해보는 것이라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감안해서 보시기를...
2년전 미국으로 오면서 미국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글을 보았었다. 한국의 부동산을 처분하고 왔기 때문에,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현지 사정도 잘 모르는 처지에 집을 산다는 것은 좀 무리였다. 그외에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도를 쌓아야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연초에 렌트 계약 기간이 끝나가니 뒤늦게 집을 보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급히 찾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뭔가 자극이 생기니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주말에 오픈 하우스를 둘러 보았다. 아이 학교를 옮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니 동네를 선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로 인해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다. 오픈 하우스는 보통 일요일 1시에서 4시 사이에 많이들 하므로 몇 개의 집을 골라 놓고 동선을 잡아 둘러보았다. 처음 알아보는 것이라 가격이 좋은지 나쁜지 조건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어서, 몇 주에 걸쳐 20여 집을 둘러 보며 감을 잡았다. 초반에 봤던 집 중에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집이 하나 있었고, 그 집을 본 후로는 다른 집들은 모두 비싸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실거래가 공개가 되니 가격을 알아볼 수 있지만, 미국은 zillow.com 같은 사이트를 보면 각 집 마다 거래 기록과 재산세 등의 기록을 쉽게 볼 수 있어서, 실제 가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zillow.com이 또 다른 장점은 집의 경계선을 위성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오픈하우스를 돌아보고 나중에 실제로 거래 완료된 가격을 몇 차례 보고 나면, 집 구성을 보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가격대를 예측할 수 있다.
우리 동네의 경우 주의해야하는 것 중 하나가 flooding zone인데, trulia.com/local/#hazards/에서 지도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정확도를 알 수 없어서 참고용으로만 생각했는데,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 날 보니 물이 범람하는 지점이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자세히 보면 이 지도의 원본 데이터는 보험회사를 위해 수집되어진 것인데, 보험회사에서 보험율을 산정해야하기 때문에 꽤나 정확하게 측정하는 듯 하다.
city-data.com 에서 동네를 찾고, 지도 구석 구석 클릭하면 비교적 작은 구역 별로 가구당 수입 수준, 인종 구성 같은 것을 찾아 볼 수 있어서 그 지역의 수준을 가늠해 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인근에 등록된 범죄자는 없는지도 확인.
우리 가족의 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었는데,
- 아이 학교를 옮기지 않을 것
- 출퇴근 환경이 현재 수준과 같거나 좋아질 것.
- 한 여름에 침실이 너무 덥지 않을것 (Cape cod은 지붕 바로 밑에 방을 만들기 때문에 한창 더운 날은 새벽 2시 전에는 잠 자기에 불편하다.)
- 부엌과 화장실이 깨끗하고 가능한 새로 고쳤을 것.
- 큰 차 길에 있지 않을 것. (큰 차길과 구석 동네는 약 20% 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고 함)
- 건물 면적은 2000 sqft 정도 또는 이하일 것 (가족 구성원수가 적다보니 너무 큰 집은 재산세만 많이 내고 허전할 듯 싶었다)
- 그 외 더 있지만 생략.
집 보러 다닌 초반에 맘에 들었던 집을, 시장에 대한 감 부족으로 놓친 후로는, 마음이 확 끌리는 집은 없었고 그렇게 여름이 지나갔다. 가을이 되었는데 여러 모로 적당한 집이 하나 눈에 띄였다. 아주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가족의 선택 기준에 부합해 보였다. 오픈하우스를 가보았고, 마음이 끌리기는 했지만 가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부동산을 정하지도 않았고, 대출을 위한 pre qualify도 되지 않았으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잠시 잊기로 했다.
몇 주 지난 후 보니 가격이 3만불 가량 하락했다. 가격이 어느 정도 내려가면 매매가 성사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 부동산을 알아보기로 했다. 회사에서 추천을 받아보고, 오픈 하우스 돌아다니며 만났던 부동산 에이전트중 마음에 들었던 사람의 웹사이트를 본 후 결정했다. 인터뷰를 하기로하고 첫 만남을 가졌는데, 전반적인 소개를 듣는 수준의 한 시간 이내의 만남일줄 알았건만, 거의 몇 시간 동안 설명을 듣고 나니 같이 같던 아이는 온몸이 뒤틀리고 있었고 부동산 아저씨의 눈은 벌개져있었다. 다음날 아침 급하게 모기지 브로커와 전화하면서 pre-qualify를 받았고, 오전에 에이전트와 함게 집을 보러 가서 또 몇 시간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offer를 작성하는데 또 몇시간이 들어갔다. 부동산 입장에서는 집도 같이 보러 다니지 않고 한 번에 일이 성사될수 있으니 완전 덩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이었으리라. 이때 리베이트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친것이 조금 아쉬웠다. 워낙 얼떨결에 진도가 많이 나가 버려서 거부감이 들기는 했지만, 가족끼리 구경하고 다닐때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라도 일이 진척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 학교를 옮기지 않으려다 보니 워낙 선택의 폭이 좁아서 더 기다린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집이 나올것 같지도 않았다.
부동산에서 CMA 리포트를 제공해주는데, 해당 주택 인근의 매매된 비슷한 수준의 집들을 비교해서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이 하나 더 있으니 몇천불 추가, 센트럴 에어콘이 없으니 몇천불 감산, 위치가 한적한 길이니 얼마 추가 이런 식이다.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량적인 분석이라는 면에서 offer 가격을 정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나중에 은행에서 요구해서 제3의 기관에 의뢰해서 하는 appraisal도 같은 방식으로 하는데, CMA 보다 2000불 많이 나왔으니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었다.
Listing 가격보다 Offer를 많이 쓰는지 적게 쓰는지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따라 다르다. 시장 예상가보다 비싸게 나온 집은 경쟁자가 거의 없으므로 낮게 시작해서 중간 점으로 수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시장 예상가 수준 또는 약간 낮게 리스팅 가격이 선정되면 경쟁자가 많아지므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는듯 하다. 여러명이 오퍼를 넣으면 얼마까지 받았으니 다시 오퍼를 내보라고 경쟁을 부추기는 양상이 되는듯.
그렇게 오퍼가 나갔고, 집주인의 카운터 오퍼가 오고 갔다. 오퍼를 냈던 집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인데, 집 주인이 갑자기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고 집으로 찾아왔다 - 에이전트 이야기로는 가까운 동네에서는 그런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내가 회사에 있던 시간에 찾아왔기 때문에 나중에 그 집으로 찾아갔고, 덕분에 밤에 한 번 더 집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집 주인이 이야기하자고 한 의도는 얼마 이하로는 안 팔겠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이었고, 그냥 알겠다고 하고 돌아왔다. 뭐 어설픈 영어로 협상해봐야 그닥 유리한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중간 지점 정도의 가격에서 오퍼가 받아들여졌다. 다음 단계는 Attorney review인데 양측이 변호사를 고용해서 사인한 계약서에 추가 조항을 넣고 빼면서 합의를 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집의 어떤 부분을 고쳐 달라던지, 현재 집이 팔려야 집을 살 수 있다든지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게 작성해서 보내면 상대방이 acceptable/unacceptable로 회신을 주면서 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다. 그렇게 오고가다 더 고칠 것이 없으면, Attorney review가 종료된다. 주마다 관례가 다른 듯 한데, 뉴저지는 며칠 걸리는 Attorney review 중에는 양측 모두자유롭게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 따라서 집 주인은 더 좋은 오퍼를 받을 수 있다. 리뷰가 완료되면 계약을 임의로 취소할 수 없다. 나는 부동산에서 추천해준 변호사 두 명에게 전화걸어 간단히 이야기해본 후 한명을 선택했는데, 부동산에서 모르는 제3자를 선택할 것을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리뷰가 끝나면 10일 이내에 전체 금액의 10%를 계좌에 입금해야하고 inspection을 마쳐야 한다. 인스펙터를 고용해서 3시간 가량 집 구석 구석 돌아다니며 살펴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설명을 듣는다. 이틀 정도 후 리포트를 보내준다. 인스펙터는 에이전트에서 추천해주는 사람과 그외 회사 사람이 추천해준 사람 들을 전화로 인터뷰해서, 회사 사람이 추천해 준 사람중 한명을 최종 선택했는데,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 가장 잘 한 일 인듯 하다. 부동산에서 소개해 받은 사람 보다 200불 비쌌지만, 꽤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 이상의 가치를 했다고 믿는다. 슬픈 이야기지만 부동산 구매 과정 중 유일하게 나를 위해서 일해주는 사람이 인스펙터인 듯. 부동산 에이전트는 내 편이어야 할 것 같지만, 거래가 완료되는 마지막에 매도인에게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거래가 좋은 가격에 성사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상한 구조이다. 따라서 중간에 뭔가 틀어질만한 문제가 없도록 최소화하는게 거의 에이전트의 본능에 가깝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집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별 문제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인스펙터를 부동산 에이전트와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하면, 문제를 적당히 은폐하는지 아닌지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인스펙션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기초로 변호사가 수리 요청서를 작성한다. 주로 안전상의 문제나 집의 구조상의 결함 같은 것을 다룬다. 그러면 집주인 측은 수리 내역서와 함께 수리 된 것 또는 수리 거절 등의 통지를 보낸다. 그렇게 해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수리 견적을 뽑고, 이 가격을 기초로 협상을 한다. 집 가격을 조정하여 합의하거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집 계약서에는 책임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조건들이 있는데, 인스펙션 결과로 인한 경우와 모기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모기지를 은행에서 받으려면 은행에서 제3의 회사로부터 집 가격을 산정받는데(appraisal), 이 가격이 구매 가격보다 낮으면 모기지를 받을 수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주택을 매각해서 원금을 회수하기 위한 기준가에 해당한다. 따라서 돈을 빌리지 못해 돈이 없어 집을 살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그래서 이 산정가격이 구매가 보다 낮으면 집을 살 의무가 없음을 attorney review에서 명시할 수 있다. 집주인이 이 조항을 거절해서 나는 약간 조정하여 몇 천불 낮게 나와도 사겠다고 합의했다. 결국 구매가보다 조금 더 나와서 속상할 일은 없었는데, 이 appraisal도 공정하게 이뤄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째든 담보 대출을 위한 appraisal은 심하게 바가지를 쓰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안전 장치의 역할을 해준다. Down payment를 많이 하면 offer accept에 유리하지만, 같은 이유로 인해 appraisal의 의미가 약해질 수 있다. 왜냐면 appraisal이 조금 적게 나와도 집을 사는데 필요한 돈은 대출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기지는 15년과 30년간 고정 이율로 갚는 것이 보통인데, 3년, 5년, 7년 고정이율 후 변동 환율로 변경되는 ARM도 있다. 모기지를 하면 appraisal의 장점도 있지만, 거꾸로 계약서 등을 검토해주는 효과도 있다. 은행에서 손해 보지 않으려면 계약서도 봐야하니까. 물론 이런 부수적인 잇점 때문에 필요 없는 돈을 빌릴 필요는 없겠지만... 모기지는 직접 은행에서 받아도 되고, 브로커를 통해서 해도 되는데 브로커는 수수료를 받고, 조금 더 다양한 상품을 살펴보고 선택해준다. 위에 썼듯이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브로커와 거의 두째날 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왠지 너무 쉽게 선택한 듯 하여, 회사 사람이 추천해주는 사람에게 견적을 내보았더니 수수료가 500불 저렴했다. 이율은 비슷했는데 다른 조건이 나아 보였고, 수수료는 이야기를 꺼내니 500불 credit을 주겠다고 하여 바꾸지 않고 진행하였다.
모기지를 받으려면 집 보험을 들어야한다. 이상하지만 모기지 은행의 요구 사항이 보험금이 대출금액을 모두 커버해야한다고... 그런데 상당수 보험사는 전소되어 새로 건축하는 비용만 커버해주겠다고 한다. 즉 토지는 그대로 남는 것이니 커버할 필요없다는 이야기. 이 조건을 맞추면서도 보험금을 낮춰보려고 여기 저기 알아보느라 조금 고생했다.
최종 계약을 완료하는 것을 closing이라고 부른다. 당일에 집을 방문하여 수리해주기로 합의된 내용이 잘 이행되었는지, 그동안 새로운 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만약 문제가 있으면 변호사가 이야기하여 일정 금액을 제해놓고 지불하게 된다고.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에 매도인/매수인 양측과 각각의 부동산, 변호사, 모기지 관련 회사 직원 등이 모여서 서류 검토하고 사인하고 각종 비용을 정산하고 열쇠를 받고 헤어진다.
그리고 이사하면 끝?
입주 후에도 골치 아픈 일이 없지는 않으나 사인하기 전까지의 피곤한 과정에 비하면 행복하다는...
지난 번 출근길에 Grove park yellow trail을 이용해 주었고, 이번에는 반대 편으로 도는 white trail로 들어가 yellow trail로 나왔다.
white trail은 주택가에 가까운 쪽으로 돌게 되어 있는데,
물이 많아서 트레일 중간에도 나무가지들로 만든 다리를 이용해 건너야하는 경우가 몇차례 있었다.
벼락을 맞아 산산 조각이 났는지 검게 그을린 나무 토막이 가운데 보인다.
물 웅덩이가 많아서 여름에는 모기가 무척 많을 듯.
한 그루만으로도 버거울텐데 두 그루가 동시에...
주택가에도 종종 보이지만 이런 나무들은 맨 꼭대기에만 가지들이 있고, 중간에 가지가 전혀 없다. 가지치기한 흔적도 없이 미끈하니 인위적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자라는 놈인듯.
어림 잡아 20-30m정도 되어 보이는데, 몇 년된 나무인지 궁금하다. (검색해보니 나무 종에 따라 다르지만, 큰 나무들은 대략 80~100년 이상 되었을듯)
지난 번 포스팅은 비가 오다 말다하던 날이라, 촉촉한것이 색도 진했는데 (카메라 셋팅도 약간 다르기는 했지만), 날씨가 맑아지니 나무에 있는 버섯 (turkey tail)이 회색으로 변했다.
출근 길에 항상 지나가는 Grove park. 주택가 뒷쪽으로 있는 주로 숲으로 되어 있는 넓은 공원.
길 옆에 trail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보고, 주립 공원도 아니고 무슨 동네 공원에 요란스럽게 trail이 다 있나 싶었다. 별 볼 일 없을 듯 싶어 2년 넘도록 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전거 출퇴근 길이 조금 달라지면서, 이 하이킹 트레일이 왠지 멋있어 보이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녁에 비 예보가 있는 날은 걸어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 어제는 이 하이킹 트레일을 이용해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레드 트레일을 따라 들어갔다가 옐로 트레일을 따라갔는데, 대략 5분 정도면 자전거 길로 나오게 되는 지름길이 된다. 앞으로 걸어서 출근할 때는 옐로 트레일을 애용하게 될 듯 싶다.
보통은 이렇게 길위에 나무가 쓰러져 있으면 전기톱으로 잘라 길을 터주는데, 이 곳은 그냥 이렇게 방치 되어 있다. 나무 밑으로 기어 가던지 나무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는...
목이 긴 초식 공룡을 연상시키는 희한하게 휘어서 자란 나무.
리지우드 인근의 유적지 중 제일 멋진 장소인 듯.
건물안 투어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창밖에서만 들여다 보았다.
길 건너의 성당.
작년 겨울에 이사온 집의 가장 큰 매력의 하나는 뒷마당이었다. 사실 미국 주택에서 앞 마당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앞마당은 길가에 있기 때문에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가족 행사를 할수도 없고, 차가 다니는 길과 접해있어 공놀이 같은 것을 하다보면 안전상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마음대로 잔디를 갈아 엎고 뭔가를 심는 것도 제한되어 있다. 특히 돌출된 코너에 있는 집은 앞마당 면적이 보통 집의 두 배가 될 수 있는데, 깎을 잔디는 늘어나고 겨울에 치워야할 눈도 덩달아 늘어나게 되어 있어서 더더욱 매력이 없어 보인다. 반면 뒷마당은 관리의 부담은 줄어들고 가족들만의 공간이 되기 때문에 실속있다고 할수 있다.
우리 집은 운 좋게도 움푹 들어간 코너의 집이라 앞마당은 상대적으로 작고 뒷마당은 부채꼴 모양으로 되어 있어 넓다. 제법 큰 나무들로 둘러 쌓여있는데 이 큰 나무들의 대부분이 뒷집이나 옆집의 나무들이라 횡재한 느낌이면서 동시에 뭔가 미안한 마음이다. 큰 나무들로 둘러 쌓여있으니 꽤 넓은 편인데도 아늑한 효과가 있다.
나무 그늘에 의자를 놓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조용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수 있다.
주말이면 공원에 나가고는 했었는데, 공원으로 가기 보다는 그냥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 졌다. 예전에 시애틀 출장 갔을 때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이 있는 동네에 무턱대고 찾아가서 전망 좋은 지점을 찾아 해맨 적이 있는데, 절벽 끝은 온통 개인 주택이고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때 골목 끝의 마을 주민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그런 곳은 없다 하면서 "우리 집에서는 다 보이는데"라고 자랑. 마당만 조금 좋아져도 생활의 느낌이 달라지는데 하물며 전망까지 끝내 주는 집에 살게 되면 여행 다닐 생각도 별로 안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한동안 노란 꽃으로 즐겁게 해주더니, 연한 새 잎과 하얀 꽃들이 마음을 밝게 만들어준다.
퇴근 길에 보면 높게 서있는 나무들이 눈에 띄인다.
대학교 1학년때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친구가
"서울 오니 높은 빌딩이 많아서 하늘을 보게 된다"고 했었는데
나는 이 나무들 덕분에 목을 젖히고 하늘을 보게 된다.
홀로 우뚝 서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숭배의 대상을 보는 듯 경외감이 들고는 한다.
이사온 후 자전거 출퇴근 길이 조금 바뀌어서, 12분 가량 걸리는 자전거 길의 대부분이 공원길이 되었다.
노란 꽃들이 반짝 반짝하는 느낌
개울 건너 파라무스.
서머 타임이 시작되니 이제 퇴근 길도 캄캄하지 않아서 좋다.
오늘은 비가 와서 눈위에 안개가 일품.
호수도 아직 녹지 않았고...
발이 푹푹 빠지던 눈이 이제 많이 녹아 낮아졌다.
주차장에 모아 놓은 3미터 정도 높이의 눈 더미. 지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