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에 처음 살게되었을 때 회사에서 차를 제공해 주지 않는 것이 살짝 불만스러웠었다. 서울에서도 차가 필요한데 어떻게 차 없이 살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내보니 차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하철은 서울보다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고 각종 가게들과 편의시설들이 곳곳에 있어서 왠만한 곳은 쉽게 걸어서 갈 수 있거나 지하철 버스를 이용하면 그다지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었다. 걸어다니는 길도 생각보다 나무도 많고 건물들도 다채로와서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아이도 꽤 먼 거리를 잘 걷게 된다. 차가 없으면 장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들 하는데, 퇴근 길에 필요한 것 사기도 하고 조금씩 그때 그때 사는데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리지우드는 기차역 주변의 상가들을 제외하면 타운의 대부분이 주택들이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도보 40분 거리인지라 차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리지우드 옆에 파라무스라는 동네가 있는데, Route 17 도로가 파라무스를 관통한다.
집에서는 차로 6분 거리. 이 도로에 쇼핑몰, 가구점, 가전제품, 식료품점 등 다양한 상가들이 몰려있는데, 상가 밀도로 보면 뉴저지에서도 손에 꼽힐만큼 상가가 잘 발달된 곳이다. 검색해보면 뉴저지 통틀어서 하나 밖에 없는 상점들이 이 거리에 있기도 하다. 리지우드로 이주할 때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로 얻게 된 장점.
상가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편리하기는 하지만, 맨하탄과 비교할 때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곳은 아니다. 맨하탄이 독특한 볼거리가 많다면, 이곳의 상가들은 미국 도시들에서 쉽게 볼수 있는 전형적인 상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냥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그래서 복제된 라이프 스타일의 느낌이라고 할까...
맨하탄에 살때는 회사와 집의 위치가 좋아서 지하철 red line의 express 이용이 용이했다. express 노선이 서는 역이 좋은 점은 운행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local line도 항상 같이 서기 때문에 아무 차량이나 타면 되기 때문에 배차 간격이 좁아지는 장점이 있다. 그 덕분에 맨하탄 출퇴근의 door-to-door 시간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아이 학교에 잠깐 왔다 갈 수도 있었고(실제로 그럴 일은 별로 없었지만, 언제든지 급한 일이 있으면 와 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심리적 장점) 퇴근 길에 센트럴 파크에서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할 수도 있어서 좋았다. * P.S. 163T 버스 이용 넉달째. 지난 한 달은 링컨터널에 정체가 자주 있었다. 아침 8:15 즈음에 집에서 나가면 버스 시간만 한시간 반가량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도 아침은 괜찮은 것이 잠을 자기때문. 저녁은 악몽인 것이 회차하는 차가 제때 오지 않으니 출발하는 버스 시간이 엉망. 심한 경우 45분간 서서 기다리기도... 이쯤 되면 짜증 만빵 다음 달 부터는 옆 동네 164번 버스를 이용해볼 예정. 걷는 거리가 좀 더 길어지지만 대신 고속도로를 타는 시점이 훨씬 빠르고 배차 간격도 조금 더 짧다. 일단 시도해보고 정 안되면 저녁에는 기차를 타고 와봐야겠다. 두어차례 기차를 타봤는데 승차감도 좋고 시간 정확하고 좋기는 좋다. 문제는 기차역까지의 거리.
반년 가량은 자전로 출퇴근 했었는데, 서쪽의 강변 길을 이용하면 신호등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략 30~4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가 생활에 활력이 되어서 좋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상들이 뉴욕에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요인.
리지우드는 맨하탄에서 30km정도 떨어져있는 교외 지역에 있다. 구글 지도에서 길찾기를 해보면 회사까지 차로 대략 36분 걸리고 대중교통은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나는 버스를 타고 다니고 있는데 door-to-door 1:10~1:30 정도 걸리니, 교통 시간으로만 보면 일산 주엽역에서 신촌으로 출퇴근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 같다. 아마도 가장 큰 차이점은 일산은 지하철에 내려서 다시 버스도 많고 가로등도 많지만, 리지우드는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캄캄한 길을 12~15분 가량 걸어야 한다는 사실일 듯.
옛날에 광장동에서 수원으로 통근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 한 적이 있었는데, 끔찍하게 힘들고 우울했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은근 걱정되었다. 그래서 버겐 카운티중 리지우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차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것.
(기차는 아래 사진과 같은 2층 열차가 있고, 좌석 수준이 좀 떨어지는 1층짜리가 있는데, 평일 출퇴근에 어떤 열차가 운행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집을 구하다 보니 기차역에서 너무 멀어져 버렸고, 기차를 이용하려면 현실적으로 차를 두 대 소유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그래서 일단은 집 근처를 지나가는 버스를 이용해 보기로... 버스는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 express가 있는데 출퇴근 시간대의 배차 간격은 20분 전후이고 맨하탄의 port authority terminal까지 버스 시간만 대략 50분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다행스러운건 대부분 자리가 있어 앉을 수 있고 교통 체증도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서 왠만하면 50분에서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
처음에는 버스에서 책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버스가 흔들리는 구간이 많아서, 책은 물론이고 휴대폰으로 뭔가를 읽는 것도 많이 하지 않게 되었다. 그 보다는 잠을 자는 편이고, 최근에는 TED.com 동영상을 들어 보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피곤하고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잠을 자거나 멍하니 앉아 있으니 특별히 힘들 일은 없다. 어설프긴 하지만 반강제 휴식 시간이 되기도 한다. 붐비는 시간에는 만석이 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탑승객이 많지는 않아서 버스 탑승 시간 중 절반 이상은 혼자서 두 자리를 차지하는 여유로운 상태.
버스 출퇴근이 특별히 힘들 것은 없지만,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집과 회사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두시간 정도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단점.
오래전부터 업무상 인연이 있었지만, 2009년 가능 1년간 파견 나오는 것으로 뉴욕 오피스는 나에게 특별한 곳이 되었다. 파견으로 왔을 때는 회사에서 집에 관한 경비를 모두 해결해주었기 때문에, 개인 부담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맨하탄 Upper West Side 68번가의 좋은 아파트에서 살아 보는 횡재를 누렸었다.
그리고 지난달 한국 회사를 퇴사하고 미국 회사로 전근을 왔다. 집에대한 회사의 특별한 지원은 없기 때문에 맨하탄은 일찌감치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아이 학교와 주거 환경 등을 고려해서 뉴저지의 리지우드(Ridgewood)에 집을 구했고, 며칠 있으면 서울에서 리지우드로 이사온 지 한 달이 된다.
보통 몇달은 살아야 그 동네의 좋은 점도 보이고 정도 들고 하기 마련이니, 아직 한 달이 채 안 된 리지우드와 1년 살았던 맨하탄을 비교하는 건 솔직히 불공평하겠지만, 마음속으로는 꾸준히 여러 각도에서 비교를 해보게 된다. 그래서 끄적 끄적 기록을 남겨 놓아볼 예정.